5월의 어느 날, 평온했던 점심시간이 지옥으로 “띠링. [국세청] 귀하는 2025년 귀속 종합소득세 확정신고 안내 대상자(D유형)입니다.”
점심 먹다가 받은 카톡 하나가 제 5월을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. 작년까지만 해도 저는 ‘E유형’이나 ‘F유형’이라서, 홈택스 들어가서 국세청이 미리 채워준 내용에 “네, 동의합니다” 버튼 몇 번만 누르면 끝이었습니다. 며칠 뒤면 “환급금 입금” 문자가 오니, 5월은 ’13월의 보너스’를 받는 달이었죠.
그래서 이번에도 룰루랄라 홈택스를 켰습니다. 그런데 화면 정중앙에 뜬 숫자가 마이너스(-)가 아니라 플러스(+)였습니다.
[납부할 세액: 3,250,000원]
순간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습니다. “아니, 내가 무슨 떼돈을 벌었다고 세금을 300이나 내? 이거 오류 아니야?” 손을 부들부들 떨며 검색해보니, 제가 작년에 프리랜서 소득이 조금 늘어서(직전 연도 수입금액 2,400만 원 이상) ‘D유형(기준경비율 대상자)’가 되었다는 겁니다.
이게 무슨 뜻이냐면, 국세청이 저한테 이렇게 경고장을 날린 겁니다. “너 이제 돈 좀 버네? 예전처럼 대충 비용 처리 안 해준다. 장부 안 써오면 싹 다 수익으로 잡아서 세금 폭탄 때릴 거고, 괘씸죄(가산세)로 20% 더 뜯어갈 거야.”
세무사에게 맡기자니 수수료가 아깝고, 혼자 하자니 세법 까막눈이라 무서웠습니다. 하지만 300만 원은 제 한 달 생활비가 넘는 돈입니다. 저는 그날부터 방문을 걸어 잠그고 ‘간편장부’와 사투를 벌였고, 결국 세금을 23만 원까지 줄였습니다.
D유형 초보자들이 홈택스에서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과, 남들은 다 챙기는데 나만 몰라서 버리는 비용을 낱낱이 파헤친 생존 기록입니다.
1. D유형 프리랜서들이 가장 많이 하는 착각 TOP 3
저도 처음에 이 착각 때문에 그냥 세금 낼 뻔했습니다. 여러분은 절대 속지 마세요.
① “국세청이 알아서 계산해 준 거니까 이게 맞겠지?” (순진형)
- 팩트: 국세청이 보내준 안내문(기준경비율)은 “네가 장부 안 썼을 때 낼 최대치 세금”입니다. 그걸 낼 의무는 없습니다. “아니요, 저 장부 썼는데요?”라고 반박하면 세금은 1/10로 줄어듭니다. 국세청이 계산해 준 건 ‘청구서’가 아니라 ‘협박장’에 가깝습니다.
② “나는 물건 파는 게 아니라서 ‘비용’이 없는데?” (포기형)
- 팩트: 가장 큰 오해입니다. 프리랜서의 몸이 자산이라면, 그 몸을 유지하는 모든 게 비용입니다. 미팅 갈 때 탄 차, 거래처랑 통화한 핸드폰 요금, 일할 때 쓴 볼펜 하나까지 다 비용입니다. 없어서 못 넣는 게 아니라, 몰라서 안 넣는 겁니다.
③ “간편장부는 회계 지식 있는 사람만 쓰는 거 아냐?” (겁쟁이형)
- 팩트: 간편장부는 초등학생 용돈 기입장보다 쉽습니다. [날짜 / 내용 / 수입 / 지출] 딱 4칸만 채우면 됩니다. 엑셀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합니다.
2. 홈택스의 함정: 절대 ‘모두채움’을 누르지 마세요
장부를 다 쓰고 홈택스에 들어갔는데, 저는 식은땀을 흘렸습니다. 화면 구성이 너무 교묘했거든요.
[함정 포인트] 로그인하자마자 [종합소득세 신고 바로가기]를 누르면, 큼지막하게 ‘모두채움 신고(단순경비율/기준경비율)’ 버튼이 보입니다. “아, 이거 누르면 편하게 끝나겠지?” 하고 누르는 순간, 여러분은 300만 원 내는 길로 들어서는 겁니다. 그건 국세청이 정해준 대로 내겠다는 ‘항복 선언’입니다.
[생존 루트] 우리가 눌러야 할 버튼은 구석에 숨어 있는 [일반신고] → [정기신고]입니다. 이걸 눌러야 비로소 “기장의무: 간편장부대상자”를 선택할 수 있고, 내가 쓴 장부 내용을 입력해서 세금을 깎을 수 있습니다. 제발, 첫 화면의 화려한 버튼에 속지 마세요.
| 구분 | 기준경비율 (귀차니즘 대가) | 간편장부 (3시간 투자) |
|---|---|---|
| 비용 인정 | 15% (750만 원) | 실제 쓴 돈 (2,800만 원) |
| 가산세 | +20% (무기장 가산세) | 없음 (0원) |
| 최종 세금 | 약 325만 원 | 약 23만 원 |
3. 프리랜서/N잡러가 자주 놓치는 ‘비용’ TOP 5 (이거 찾으면 100만 원 줍니다)
장부를 쓰려고 영수증을 모으는데, 처음엔 텅텅 비어있었습니다. “진짜 쓴 게 없나?” 싶었죠. 하지만 세법을 뒤져보니 제가 ‘쓰레기’라고 생각해서 버린 것들이 다 ‘돈’이었습니다.
1위: 경조사비 (청첩장/부고 문자)
- 이게 진짜 꿀단지입니다. 거래처 지인, 동료 프리랜서의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간 적 있나요?
- 증빙: 청첩장(모바일 캡처 가능), 부고 문자. 이체 내역 필요 없음.
- 금액: 건당 20만 원까지 무조건 비용 인정. (작년 카톡방 검색해서 5건만 찾아도 100만 원 비용 처리됩니다. 이게 세금으로 치면 15만 원을 아끼는 겁니다.)
2위: 통신비 & 인터넷 요금
-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라면 인터넷 요금, 업무용 핸드폰 요금은 100% 비용입니다.
- 통신사 홈페이지 가서 ‘납부확인서’ 1년 치 엑셀로 받으세요. 1년이면 100만 원이 넘습니다.
3위: 차량 유지비 (숨겨진 강자)
- 차가 있다면 대박입니다. 주유비, 수리비, 자동차세, 자동차 보험료까지.
- “업무용으로 몇 % 썼냐”가 문제인데, 간편장부 대상자는 운행일지 안 써도 대략적인 비용은 대부분 인정해 줍니다. (단, 1,500만 원 넘어가면 복잡해지니 적당히 넣으세요.)
4위: 지역화폐 & 제로페이 결제액
- 신용카드 내역은 국세청이 불러오는데, 지역화폐 쓴 건 종종 누락됩니다. 앱 들어가서 1년 치 내역 캡처하세요.
5위: 소모품비 (다이소, 쿠팡)
- 다이소에서 산 건전지, 멀티탭, A4 용지. 쿠팡에서 산 마우스, 키보드, 의자.
- “이게 무슨 사업 비용이야?” 하겠지만, 일할 때 쓰는 거면 다 됩니다.
4. 신고 마감 2~3일 전에 해야 하는 이유 (서버 터짐 방지)
“5월 31일까지니까 30일에 해야지~”라고 생각하시나요? 큰일 납니다.
① 누락/수정 반영 타이밍
- 내가 장부 쓰다가 실수한 게 발견되거나, 갑자기 서랍 구석에서 영수증 뭉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. 마감 당일에 신고 버튼 누르고 나면 수정하기가 정말 번거롭습니다(경정청구 해야 함). 2~3일 전에 미리 ‘임시 저장’ 해두고, 빠진 거 없나 검토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.
② 홈택스 서버 폭발
- 매년 5월 30일, 31일은 전 국민이 접속합니다. 로그인이 안 되거나, 페이지가 멈추거나, 기껏 입력한 숫자가 날아가는 에러가 빈번합니다. 제 경험상 5월 20일~25일 사이가 가장 쾌적하고,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습니다.
5. 소득공제 vs 세액공제: 헷갈리는 포인트 정리
마지막으로 신고서 작성할 때 가장 많이 헷갈리는 부분입니다. 이거 잘못 넣으면 나중에 토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.
[소득공제: 과세 표준(몸집) 자체를 줄여줌]
- 부양가족 공제: 이게 제일 큽니다. 1인당 150만 원.
- 주의: 부모님이 연금 소득이 있거나, 형제자매가 이미 부모님을 공제받았다면 중복 공제 불가! (가족끼리 미리 “누가 부모님 올릴래?” 합의해야 합니다. 소득 높은 사람이 가져가는 게 무조건 유리합니다.)
- 노란우산공제: 프리랜서의 퇴직금. 가입했다면 무조건 챙기세요.
[세액공제: 나온 세금에서 금액을 깎아줌]
- 연금저축/IRP: 1년 납입액의 13.2%~16.5%를 세금에서 바로 빼줍니다. 400만 원 넣었으면 66만 원 세금 할인. (이거 안 챙기면 바보입니다.)
- 월세 세액공제 (주의): 이건 근로소득자용입니다. 3.3% 프리랜서는 월세 세액공제 못 받습니다. 대신 월세를 ‘지급임차료’ 계정과목으로 장부에 비용 처리하면 됩니다. (이거 헷갈려서 잘못 신청했다가 가산세 맞는 분들 많습니다.)
마치며: 쫄지 마세요, 장부는 당신의 방패입니다
처음 300만 원 고지서를 봤을 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. “내가 뭘 잘못했나?” 죄책감까지 들었죠. 하지만 국세청은 “증명하는 자”에게는 관대합니다.
D유형이라고 겁먹지 마세요. 세무사한테 40만 원 주고 맡기기 전에, 딱 3시간만 투자해서 엑셀을 켜보세요. 오늘 저녁 치킨값 아끼는 것보다, 오늘 밤 장부 정리해서 세금 280만 원 아끼는 게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.
지금 바로 카드사 홈페이지 들어가서 ‘2025년 이용내역 엑셀’ 다운로드 버튼부터 누르십시오. 그게 절세의 시작입니다.